옛 시절을 떠올릴 때 마음 한구석이 찌릿하게 아련해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렇지만 그 시절에 대한 기억이 모두 화려한 대형 게임들과만 연결되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수많은 이들이 컴퓨터 앞에 앉아 무언가를 기다리듯, 아니면 그저 지루함을 달래려다 우연히 접하게 된 이른바 작은 게임들이 있었다. 그것들은 인터페이스도 단순했고 그래픽도 화려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누군가의 눈에는 미완성처럼 보였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게임들이 오히려 많은 사람들에게 친근하고 즐거운 추억을 가져다주었다. 이를테면 한번 시작하면 순식간에 삼십 분 이상을 잡아먹는 무언가, 아니면 마우스 클릭과 드래그만으로도 의외의 재미를 선사하는 유형들도 있었고, 귀엽거나 어딘가 어설프게 표현된 그래픽 때문에 쉽게 호감을 느끼게 만드는 것들도 많았다. 이런 소박한 마우스 조작형 게임들을 사람들이 흔히 플래시 게임이라고 불렀다. 당시에는 전용 프로그램을 설치하거나 복잡한 구동 환경을 마련할 필요 없이 웹브라우저만으로도 자유롭게 즐길 수 있었기에 누구나 호기심 어린 마음으로 한번쯤 도전해보기 마련이었다. 그 결과, 학교나 집에서 혹은 컴퓨터가 놓여 있던 각종 공간에서 수많은 어린이와 청소년, 때로는 성인들까지 이 세계에 푹 빠져들었다.
플래시 게임은 접근성이 뛰어났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 규모가 비교적 작다는 점에서 각별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복잡한 그래픽 카드가 없어도 됐고, 추가 비용을 지불하거나 대규모의 다운로드를 기다릴 필요도 없었다. 바로 인터넷 창을 열고 손쉽게 즐길 수 있는 재미가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누군가는 마치 종이 인형을 오리고 붙이듯 캐릭터를 드레스업하고, 또 누군가는 간단한 슈팅 게임을 하며 짧은 휴식을 만끽했다. 그저 몇 개의 아이콘과 텍스트가 나타나는 화면 위에서 화장을 해주거나 음식을 요리하는 활동조차, 때로는 실제보다 더 난이도가 높게 느껴지기도 했고, 그래서 클리어에 성공했을 때의 성취감이 색다른 짜릿함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대단히 긴 설명서나 복잡한 시스템을 익힐 필요 없이 바로 돌입할 수 있다는 점이야말로 플래시 게임의 정체성을 잘 대변하는 특징이었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 사이에서는 누가 먼저 특정 게임을 발견해온 뒤 자랑하고, 교실 컴퓨터나 도서관 PC로 몰래 접속해 놀라는 친구들에게 보여주는 일이 흔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입소문이 형성되었고, 친구가 즐기던 게임 옆에서 지켜보다가 본인도 따라서 해보는 식으로 소규모의 놀이 문화가 확산되었다. 그 무렵의 웹 환경은 각종 포털의 하위 섹션이나 전용 플래시 게임 전문 사이트들이 활발하게 운영되던 시기이기도 했다. 인터넷 환경이 지금처럼 거대한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채워지기 전이었기에, 자극적이고 빠른 콘텐츠보다는 단순한 조작과 직관적인 재미를 특징으로 삼는 게임들이 대중적 인기를 누렸다고 볼 수 있다. 또, 이런 게임들은 매우 다양했기 때문에 잠깐의 짬이 생길 때마다 아무거나 골라 접속하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체험을 할 수 있었다.
플래시 게임들은 제작자들의 취향과 상상력이 가득 반영된 소규모 작품들인 만큼, 정식으로 큰 자본을 투입해 개발하는 프로젝트와는 전혀 다른 매력으로 다가왔다. 어떤 것은 웹툰과 연계되어 만화적 개성과 스토리가 강조되었고, 또 다른 것은 단순히 손가락의 민첩성을 시험하는 방식이었으며, 더러는 교육적 요소를 살짝 가미해 두뇌 훈련을 유도하기도 했다. 음악을 만드는 형태의 리듬 게임이나 그림을 그리는 식의 예술적 취향을 발휘할 수 있는 것들도 있었고, 특정 애니메이션이나 캐릭터를 패러디하여 약간의 웃음을 유도하는 풍자 형식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흥미로운 건, 이를 개발한 이들 대부분이 거대 스튜디오나 대기업이 아니라 개인 혹은 소규모 팀이었다는 점이다. 즉, 아이디어 하나만 있으면 누구나 제작에 뛰어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었고, 그러한 자유로움이 여러 기발한 결과물을 낳았던 것이다.
그렇지만 플래시 게임의 전성기는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웹브라우저의 기준도 변화하고, 각종 기술 표준 역시 바뀌었다. 모바일 기기가 보편화되자 예전처럼 마우스를 클릭하여 즐기는 구조의 게임보다 손가락 터치에 최적화된 방식이 점차 대세가 되었다. 또한 보안상의 문제나 성능 향상 요구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면서, 예전에는 모든 웹사이트를 장악하다시피 했던 플래시가 점점 밀려나게 되었다. 결국 플래시 지원 중단이라는 사건이 현실화되면서, 오랫동안 사람들이 편하게 접속했던 많은 플래시 게임들이 역사 속으로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당연히 추억 속에 존재하는 게임들에 대한 아쉬움과 그리움은 자연스럽게 커지게 마련이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열정 넘치는 이용자들이 직접 나서서 추억의 플래시 게임들을 보존하려는 시도를 벌이기도 했다. 어떤 사람들은 아예 플래시 게임 아카이브를 구축해 누구나 옛 게임을 다시 해볼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했고, 다른 이들은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특정 게임의 제목과 스크린샷, 혹은 플레이 방법을 공유하며 함께 추억을 되새겼다. 이를 통해 한때 잊혔던 게임들이 다시금 부상하기도 했고, 때로는 예전의 난이도를 해내지 못해 좌절하는 이용자들의 후기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방대한 양의 게임이 쌓인 그 아카이브들 안에는, 누군가의 어린 시절과 함께한 게임이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이 많은 이들에게 큰 위안이 되었다.
사실 이러한 디지털 보존 활동은 단순히 특정 시대의 향수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더 나아가 전자적 문화유산을 어떻게 대해야 하느냐에 대한 하나의 사례가 된다. 인류가 축적해온 예술과 기록들이 종이책이나 돌비석에 새겨진 전통적 형태에서 벗어나 디지털 환경으로 옮겨온 지 오래다. 음악과 영화, 문서와 예술 작품 할 것 없이 모든 콘텐츠가 온라인에 올라오는 시대에, 예전에는 아주 흔하게 돌아다니던 것들이 기술의 변화와 함께 사라져버리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그런 점에서 플래시 게임 역시 디지털 시대의 한 축을 형성하는 중요한 문화적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그 보존과 계승이 그저 작은 일이라 치부할 수만은 없는 문제로 떠오르게 되었다.
게임은 그 시대를 반영하기 마련이다. 인프라의 한계, 하드웨어 사양, 그리고 그 당시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이 어우러져 만들어진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플래시 게임이 만들어지고 번성하던 시절에는 가정용 컴퓨터의 보급률도 점차 높아지고 있었고, 인터넷 환경 역시 무척 빠르게 발전하고 있었다. 그와 함께 자라는 세대들은 학원 숙제를 마치거나 틈틈이 놀 시간이 생길 때마다 가벼운 마음으로 브라우저를 열어 플래시 게임을 찾았다. 누구나 익숙한 사이트들이 있었고, 거기엔 매일같이 새로운 작품들이 업데이트되었다. 그중에는 오랜 시간 사랑받으며 수많은 사람들이 공략을 연구하는 스테디셀러도 생겨났고, 하루 만에 인기를 끌다가 이내 잊히는 작품들도 있었다. 이렇듯 소비되고 소멸되는 과정 자체가 그 시절만의 독특한 풍경이었으며, 동시에 모두가 애틋한 정서를 품게 되는 이유이기도 했다.
이용자들의 기억 속에 선명히 박혀 있는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바로 단시간 내 빠르게 반응해야 하고, 제한된 재료와 시간을 활용해 음식을 만들어 내는 요리류 플래시 게임이었다. 이를테면 가상의 재료를 넣고 끓이고, 그 반응을 기다리며 간을 맞추는 식의 단순한 조작이 전부임에도, 막상 플레이해보면 마우스가 바쁘게 움직여야 하고 레시피를 정확히 기억해야 하는 긴장감이 의외로 상당했다. 이런 작은 게임에서조차 성취감을 느끼게 된 이들은, 더 큰 게임에 진입하기 전까지 이미 어느 정도 조작 능력이나 순발력을 길러놓게 되었다고들 말한다. 심지어 이런 플래시 게임을 통해서 한국인이 게임에 강해졌다는 농담이 오갈 정도로, 쉽지 않은 난이도로 사람들을 단련시키기도 했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분야가 캐릭터를 꾸미거나 변신시키는 형태의 이른바 드레스업 게임이었다. 특히나 그 시절은 인터넷 소설과 동화풍 삽화가 한껏 주목받던 시기였고, 그런 분위기에 맞물려 형형색색의 의상이나 액세서리를 활용해 캐릭터에게 다양한 스타일을 부여하는 취향 저격형 콘텐츠가 크게 인기를 끌었다. 이 게임들은 난이도보다는 창의력과 미적 감각, 혹은 단순히 이것저것 시도해보는 자유분방함 자체가 매력이었다.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몰래 이 게임들을 하다가 시간을 훌쩍 보내버렸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리곤 했다. 특히나 특정 만화 캐릭터나 연예인을 재현해보고 싶어서 열심히 마우스를 드래그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런 드레스업 게임들이 당시 얼마나 큰 영향력을 미쳤는지, 아직도 인터넷상에서 추억을 공유하는 글들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그중에서도 아이돌 활동을 하거나 마법소녀 컨셉을 차용한 캐릭터들이 대중적으로 상당히 사랑받았다. 다양한 스핀오프가 만들어지기도 했고, 한 작품에서 인기 캐릭터가 나오면 바로 팬아트가 늘어났다. 재미있는 건, 이 모든 현상이 거대 기획사의 손길 없이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자생적으로 형성된 인터넷 문화와 아마추어 창작자들의 아이디어가 결합되어 엄청난 흐름을 만들어냈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커뮤니티나 개인 블로그 등에 플레이 스크린샷을 올리고, 서로가 발견한 이스터에그나 버그를 공유하며 함께 환호했다. 진지한 대형 게임이라면 절대 용납되지 않았을 작은 오류들조차 플래시 게임에서는 그저 웃음 포인트이자 특별한 재미 요소로 받아들여지곤 했다.
이렇듯 매력 가득한 플래시 게임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인터넷에서 마치 작은 문화적 배경으로 자리 잡았다. 예전에는 마우스를 이리저리 움직여가며 겨우 한 단계를 넘었더니, 서너 단계가 추가로 튀어나와 당황했던 순간들이 게임을 마친 뒤엔 또 다른 설렘으로 남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래픽도 투박하고 사운드 역시 단순했지만, 그 요소 하나하나가 당시로서는 충분히 신선한 자극이었다. 게임 속 캐릭터가 귀엽고 유쾌하게 움직이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이런 행복은 대단히 개인적이면서도 동시에 집단적이었다. 누구나 같은 화면을 공유했고, 같은 실패를 겪고, 같은 성공의 순간에 흥분했다. 그것이 매체 환경의 일대 변혁기였던 그때만의 특별함이었다.
한편, 이런 플래시 게임 문화를 곱씹다 보면 그 안에서 뻗어나온 2차 창작물도 빼놓을 수 없다. 원작 게임을 패러디하거나, 특정 캐릭터를 공포나 병맛 같은 예상치 못한 장르로 재해석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른바 미완의 자유도와 제작이 쉬웠다는 점이 누구에게나 창조의 문을 열어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수많은 창작물 중에는 독특하고 때때로 기괴한 분위기로 화제가 되었던 사례도 존재한다.
이쯤에서 끌어올 추억의 한 단면으로, 슈의 인간공장을 굳이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 작품은 기존에 친숙하게 알려졌던 캐릭터의 이미지를 아주 뒤틀린 형태로 패러디하며, 겉으로는 우스꽝스럽고 병맛이 가득해 보이지만 이상하게도 기묘한 공포 분위기도 함께 풍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단순히 예쁜 캐릭터를 그리는 데 그치지 않고, 엉뚱하게 해체하고 재조합하는 과정을 통해서 전혀 다른 이야기를 끌어내는 사례라 할 수 있다. 그 시절을 겪은 이들이라면 의외로 이런 독특한 패러디를 즐기고 공유했던 기억이 하나쯤 있을 것인데, 슈의 인간공장 역시 그러한 흐름의 일환으로 거론되곤 했다. 당황스러운 그래픽이나 설정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깊은 인상을 남기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는 평을 들은 적이 많다.
플래시 게임 문화가 보여주었던 이런 양상은, 시대가 달라지면서 더욱 귀해졌다. 지금은 고사양의 그래픽 엔진과 정교한 시스템을 갖춘 대규모 게임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물론 모바일로도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소규모 게임들이 많긴 하지만, 과거 플래시 특유의 즉흥성과 허술함이 풍기던 정겨운 느낌과는 또 다르다. 과거에는 마우스 하나만 있으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작은 화면 속 세계가 있었다. 그곳에서는 특별한 투자나 복잡한 장비 없이도 가벼운 미션을 수행하고 결과를 확인하며 스스로 게임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소박함이야말로 많은 사람들이 플래시 게임에 매달리고 열광하게 만든 비결이었다.
기술의 발전은 불가항력적인 흐름이다. 모든 것은 세월과 함께 변하며, 과거가 영원히 그대로 남아있기를 바라는 순수한 마음조차 현실 속에서는 결국 어떤 식으로든 흔적만 남기게 된다. 그렇지만 잊혔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여러 팬과 개발자, 혹은 아카이브 단체의 노력 덕분에, 한 시대를 풍미했던 플래시 게임들은 여전히 어딘가에서 조용히 살아 숨 쉬고 있다. 그 시절을 거쳐 온 사람들은 서로가 기억하는 옛 게임 이야기를 나누며 공감대를 형성하고, 온라인상에서 가끔씩 해당 게임을 다시 실행해보는 작은 이벤트를 열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예전에는 너무 어려워서 제대로 끝까지 못 갔던 게임을 이번에는 수월하게 클리어한다거나, 혹은 오히려 세월이 지나 손가락이 굼떠져서 더 힘들어졌다는 푸념이 오가기도 한다.
이렇듯 플래시 게임은 이미 시간 저편으로 사라졌다고 단정하기에는 아까운 부분이 분명히 있다. 그것들은 단순한 놀이 콘텐츠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마치 어느 시대의 소설이나 드라마가 그러했듯,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일상과 감성을 투영하는 매체였기 때문이다. 진지한 예술이나 거대 자본의 지원 없이도, 누군가의 재치 있고 자유로운 발상이 얼마나 많은 이들을 미소 짓게 하고, 때로는 조금 무섭게 만들 수 있는지를 증명하는 장이 되었다. 게다가 긴 시간이 흐른 뒤에도 한창 때를 보낸 이들은 물론, 전혀 다른 세대의 사람들까지 찾아와서 뒤늦게 즐겨보며 색다른 느낌을 받기도 한다. 그러니 이 소박한 창작물들을 단지 용량이 작은 과거 유물로 치부하기보다는, 디지털 문화의 한 페이지로서 조금 더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또한 이것들은 과거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정보기술에 처음 발을 들이게 된 하나의 관문 역할을 했다. 컴퓨터라는 기계를 어느 정도 자유롭게 다루기 위해, 때로는 브라우저 속 옵션을 만지거나 플래시 플레이어를 설치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자연스럽게 온라인 환경에 익숙해지고, 더 깊이 파고들고자 하는 열망을 키우기도 했다. 그렇게 자란 이들이 나중에는 직접 게임을 만들거나 IT 분야에 발을 들여놓기도 했다. 요컨대 플래시 게임은 그 자체로 하나의 놀이이자 입문서였고, 창작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자극제이기도 했다.
요즘 시대에 이르러 누군가가 플래시 게임이라는 단어를 꺼내면, 많은 이들이 아련한 시선을 함께 보내면서 너도 기억하느냐는 감상에 젖곤 한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젊은 세대 중에는 아예 그런 게임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이들도 많다. 시간은 계속 흐르고, 인터넷 문화도 새롭게 변해가는 만큼, 과거의 모든 것이 세세하게 전승되리라는 법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과거의 플래시 게임들이 만들어낸 추억과 공동체적 경험만큼은 그 자체로 소중하다. 예전엔 너무나 익숙했지만 이제는 다소 낯설게 느껴지는 그래픽과 조작감 덕분에, 이를 되살려보는 사람들은 오히려 더 강렬한 재미를 맛보게 될지도 모른다. 지금 시점에서는 경험해보지 못한 이들에게 설명하기조차 쉽지 않지만, 해본 사람이라면 적어도 한 번쯤은 마음속에서 그 때의 설렘이 떠오를 것이다.
오늘날 플래시 게임은 과거의 영광과 현재의 잔재가 뒤섞여 있는 독특한 위치에 있다. 주요 브라우저에서 공식적인 지원이 끊겼으므로 더 이상 편하게 실행할 수 없지만, 커뮤니티를 통해서나 별도의 툴을 이용해 여전히 즐기는 이들도 있다. 가끔은 그 게임을 찾느라 애쓴 끝에 드디어 실행했는데, 막상 해보니 기억과 많이 달라서 배신감 아닌 배신감을 느끼는 웃지 못할 사연이 들리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 모든 행위가 결국엔 추억을 하나둘씩 꺼내어 펼쳐보는 과정이라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 추억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주고, 과거의 문화와 현재의 시선을 동시에 조망하게 만든다. 사소해 보이지만 이러한 과정이 모여 시대의 흐름을 구성하는 토대가 된다.
플래시 게임이 남긴 문화적 유산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 교훈을 준다. 우선, 거대한 자본이나 특출난 기술이 아니더라도, 간단하면서 창의적인 무언가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이런 작은 창작물들이 모여 수많은 이들의 일상에 녹아들며, 결국에는 한 시대의 정체성 일부를 형성한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된다. 또, 디지털 아카이빙의 중요성을 자연스레 일깨워주기도 한다. 과거를 단순히 잊어버리는 대신, 이를 기억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 있다면 사라지는 대신 어느 형태로든 보존되어야 가치가 이어진다고 할 수 있다. 플래시 게임이 종료되어도 그 영혼이 남아 있는 웹사이트나 공유 자료들을 통해 언제든 다시 살아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종종 새로운 방법으로 옛 플래시 게임을 개조하거나 재현하기도 하고, 혹은 아예 모바일 게임이나 다른 엔진으로 리메이크하는 시도를 하기도 한다. 이로써 원작의 자유롭고 즉흥적인 매력이 이어질 수 있다면, 그것도 충분히 의미 있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순수한 형태로 보존되는 자료와, 새롭게 재탄생한 게임 사이에는 감성적 온도차가 존재하겠지만, 그 둘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과거의 흔적을 이어가는 다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요컨대, 플래시 게임이 사라진 것은 아니며, 다만 다른 형태로 이 시대의 문화 속에 녹아들어가고 있는 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잊혀진 플래시 게임의 시대와 그 문화적 유산은 디지털 세대가 보낸 어린 시절, 혹은 청춘 시절의 풍경을 이야기한다. 그 안에는 아직 무언가를 온전히 알지 못했던 시절의 호기심과 열정이 들어 있고, 쉽게 좌절하고 간단히 기뻐할 수 있던 순수함도 배어 있다. 단순한 플레이 경험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시간을 함께했던 사람들은 게임 외에도 수많은 콘텐츠를 받아들이고 새로운 관계를 맺었다. 크고 작은 버그나 독특한 설정, 날것의 감각으로 가득 찬 작품들 덕분에 당시의 인터넷은 나름의 활기가 넘쳤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때로는 디지털 보존의 중요성을 논의하게 만들고, 또 때로는 컬트적인 인기를 구가하며 특별한 애정을 부여받기도 한다.
이제 플래시가 사라진 시대에, 그 흔적을 돌아보는 일이 더 이상 낯선 행위는 아니다. 인터넷 공간은 늘 미래만을 향해 달려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람들의 기억과 감정은 또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기도 한다. 그 시절 작은 모니터 화면 속에서 펼쳐졌던 아기자기한 그래픽과 소박한 음악, 그리고 거친 조작감이 주는 낭만을 다시금 느끼고 싶어 하는 이들이 계속 존재한다. 어쩌면 앞으로도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고 이전 시대의 것이 급속도로 퇴출될 때마다, 그 이전 시대에 속했던 다양한 문화적 산물들이 지금의 플래시 게임처럼 아쉬움 속에서 보존될 방법을 모색하게 될지도 모른다.
플래시 게임은 원초적인 즐거움과 창의력의 장이었다. 복잡한 장비 없이도 플레이 가능했고, 거칠지만 솔직한 감각을 맛볼 수 있었다. 마우스로만 조작해도 충분히 즐겁고, 때로는 어딘가의 스토리에 단단히 빠져들며 한두 시간쯤 훌쩍 날려버리기도 했다. 그리고 이것들이 쌓여 하나의 문화적 흐름을 형성했다. 지금 눈으로 보기에는 투박하고 낡았을지 몰라도, 거기에 깃든 자유분방함과 실험 정신은 결코 낡아버리지 않았다. 오히려 이 세대의 디지털 환경을 풍부하게 해주는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잊혀진 플래시 게임의 시대와 그 유산을, 그저 추억으로만 묻어두기보다는 하나의 예술적이고 문화적인 자산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과거가 현재의 우리가 만들어진 바탕이듯이, 플래시 게임에서 얻은 경험과 기억 역시 오늘날의 디지털 문화 형성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옛 브라우저 버전을 구해 실행해보는 사람들, 아카이브 사이트를 통해 재방문하는 이들, 혹은 친구들과 그 시절의 인기 게임 이야기를 나누며 웃고 떠드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이 그것을 증명한다. 또, 예전에는 전혀 주목받지 못했던 작은 창작물들이 뒤늦게 재발견되어 컬트적 지위를 얻는 경우도 나타난다. 이 모든 것이 플래시 게임이 단지 과거의 산물이 아니라 현재에도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알려준다.
마지막으로, 이것은 유희만을 위한 기술이 아니다. 사람들은 추억을 되짚으며 그때의 감정을 재현하고, 새로운 창작 아이디어를 얻으며, 더 풍부한 상상력을 자극받는다. 누군가는 어린 시절 함께 앉아 같은 플래시 게임을 즐기던 친구를 떠올릴 것이고, 누군가는 게임 속 황당한 버그를 발견해 크게 웃었던 일을 다시 말할지도 모른다. 이러한 순간들은 우리의 삶에서 사소해 보이지만, 돌이켜보면 소중한 기억이자 지금을 지탱하는 작은 힘이 되기도 한다. 결국 잊혀진 플래시 게임의 시대와 그 문화적 유산은, 그 시절을 관통해온 많은 이들에게 여전히 따스한 이야기 거리를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의의가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것은 계속 재조명되고 발굴되며, 새로운 방식으로 다시 태어날 가능성을 품고 있다. 누구나 한 번쯤, 잃어버린 그 시절의 경쾌한 마우스 클릭 소리를 떠올리면 미소를 짓게 되지 않을까 싶다.